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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musical

뮤지컬 〈레드북〉 - 2025 다시 서울의 가을을 물들이다

창작 뮤지컬 〈레드북〉이 2025년 가을,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초연 이후 재연·삼연을 거치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로맨틱 코미디 정수”라는 찬사를 받아온 이 작품은, 빅토리아 시대 런던을 배경으로 ‘숙녀’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한 여성의 여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빚어낸다. 겉으로는 낭만과 유머가 흐르지만, 밑바닥에는 “나답게 말하고, 사랑하고, 일하고 싶은” 오늘의 질문들이 촘촘히 놓여 있다. 2025년 시즌은 그 질문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며, 다시 한 번 ‘가을 필수 관람작’의 타이틀을 예고한다.

 

레드북이 사랑받는 이유: 달콤함과 단단함의 동거

〈레드북〉의 힘은 달콤한 러브라인과 단단한 자기서사가 한 무대 위에서 공존한다는 데 있다.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 안나는 “여성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꺼내는 글을 쓰고, 그 글은 보수적인 시대의 검열과 맞닥뜨린다. 규범과 체면의 세계에 익숙한 변호사 브라운은 안나를 통해 낡은 신념의 경계를 흔들린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와 충돌, 그리고 성장의 궤적은 오늘의 관객에게 “사랑은 결국 ‘존중’과 ‘이해’ 위에서만 자란다”는 사실을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일깨운다. 작품의 대표 넘버들이 관객의 마음을 붙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율이 달콤할수록, 가사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를 설계한 창작진의 조합은 더없이 견고하다. 한정석(극본)–이선영(작곡)–박소영(연출) 라인은 섬세한 문장, 귀에 착 붙는 멜로디, 숨 쉴 틈을 만드는 연출로 템포를 조율하며, ‘웃다가도 목이 뜨거워지는’ 체온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그 결과 〈레드북〉은 단순한 로코를 넘어 ‘자기 서사를 되찾는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2025 시즈닝 포인트: 더 또렷해진 캐릭터, 더 촘촘해진 구성

이번 시즌의 미덕은 캐릭터의 결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재배치에 있다. 안나는 타협을 미루는 대신 자신의 언어로 세계를 다시 쓰는 인물로, 브라운은 ‘원칙’의 사람에서 ‘이해’의 사람으로 이동한다. 로렐라이와 도로시·바이올렛 등 주변 인물들은 안나의 여정을 지지하는 동시에 극의 밀도를 높이며, 클라이맥스의 정서적 파동을 두텁게 만든다. 〈레드북〉이 시대극이면서도 ‘지금 여기’의 설득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무대·조명·의상 역시 “낭만의 색감”과 “현실의 온도”를 절묘하게 조율한다. 올드한 빅토리아풍 디테일을 살린 의상과 종이 질감이 느껴지는 소품, 장면 전환의 리듬은 극의 리얼리티와 동화적 분위기를 교차시킨다. 큰 서사 틀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회차별 호흡과 장면의 연결을 손봐 ‘재관람 포인트’가 생겼다는 소식도 반갑다.

 

2025 뮤지컬 레드북 포스터

공연 정보 한눈에

  •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대극장)
  • 공연 기간: 2025년 9월 23일(화) – 12월 7일(일)
  • 러닝타임: 16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 관람 연령: 중학생 이상

2025 캐스팅 하이라이트: ‘안나’와 ‘브라운’의 색을 바꾸는 얼굴들

이번 시즌 안나에는 옥주현·아이비·민경아, 브라운에는 송원근·지현우·김성식이 이름을 올렸다. 로렐라이지현준·홍우진·조풍래가 맡아 개성 강한 무드와 위트를 책임지고, 도로시 & 바이올렛(한세라·한보라), 존슨 & 앤디(원종환·김대종), 헨리 & 잭(김승용·장재웅) 등 탄탄한 조합이 라인업을 완성한다. ‘역할별 다중 캐스트’ 구조는 회차별로 결이 다른 무드를 만들어내므로, 재관람의 즐거움이 확장된다. 캐스팅 기사와 예매처 공지를 통해 공식 확인된 정보다.

 

초심자 가이드: 왜  ‘지금’ 〈레드북〉이어야 할까

첫째, 입문 난도가 낮다. 드라마 전개가 빠르고 넘버가 귀에 쉽게 남는다. 둘째, 공감의 좌표가 넓다. 직장/연애/자기표현 같은 오늘의 화두를 ‘시대극’의 옷 안에 담았기 때문이다. 셋째, 극장 접근성이 좋다. 유니버설아트센터는 가시성 좋은 무대 구조로, 1층 중앙/사이드 중간열이 연기와 음향의 균형이 좋다. “첫 관람은 중·후열, 재관람 땐 사이드 앞열” 같은 전략을 세우면 장면의 디테일과 화면 같은 구성이 모두 살아난다. (좌석 가이드는 개인 취향 차가 있으니 예매 전 좌석도와 후기를 함께 확인해 두자.)

관람 포인트 3

  1. 넘버의 서사력: 대표곡들이 장면의 정서·정보를 동시에 운반한다. 가사가 내러티브를 밀어주는 구조라 초행 관객도 이야기의 맥을 놓치지 않는다.
  2. 인물 아크의 균형: 안나의 자기 확장, 브라운의 가치 전환, 로렐라이의 연대가 삼각 지점에서 상승곡선을 만든다.
  3. 유머와 눈물의 호흡: 웃음이 방심을 만들면, 다음 장면의 고백은 더 깊이 꽂힌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표정 아래 ‘성장의 통증’을 숨겨 놓은 연출이 유효하다.

올가을, ‘나답게 말하는’ 법을 생각하게 하는 공연

〈레드북〉은 ‘사랑’의 언어로 쓰였지만, 결국 ‘자기 존중’의 이야기다. 2025년 가을,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나는 이 작품은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선언을 관객 각자의 언어로 번역하게 만든다. 가벼운 웃음으로 시작해, 공연장을 나설 땐 마음 한가운데에 작지만 뜨거운 확신을 하나 남긴다—내 삶의 문장도 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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